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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h/Records

2024년 하반기 되돌아보기

새해가 밝은 지 3주가 넘게 지났다. 그간 블로그에 뭐라도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다. 물론 생각과 실천 사이에는 간극이 있고, 그 간극은 무한에 가깝다. 그냥 충분한 성실함이 없었던 것이다. 아쉽게도.

 

성장했는가? 글쎄. 그런 것 같기는 한데, 들인 시간에 비하면 얻은 게 적은 듯하다. 성실하지 않아서? 아니, 시간이라면 많이 쏟았다. 효율이 낮았고 운이 없었달까. 대가리가 일찍 깨졌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깨졌다. 어렵되 데드라인이 짧은 일을 일찍 맡아서 모자람을 빠르게 직시했다면 좀 달랐을 것 같은데. 핑계라구요? 맞죠. 나는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알 것 같은 기분만으로는 부족하다. 해낼 줄 알아야 한다. 앎과 행위의 사이에는 무한에 가까운 간극이 있고, 나는 아는 것만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머저리였다. 안타깝게도.

 

(아니 근데 진짜) 내가 상상 이상으로 멍청해진 것 같다. 되돌아보면 '왜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못했지?' 싶은 게 많다. 나이를 먹었는데 운동도 안 해서 그런가? 세부조정을 한 3번은 거쳐야 좀 사람처럼 생각하게 된다. 그전까지는 너무 생각이 닫혀있다. 결론을 정해두고 거기에 매몰된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건 자원이 무한한 세계의 이야기다. equivalency 대신 trade-off를 논해야 할 때인데도 나는 여전히 예전처럼 군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

 

잘한 일. 시간을 억지로 더 부어서라도 마무리는 지었다는 것 정도지 싶은데, 오히려 그러다 보니 해이해진 느낌도 좀 있다. 일과 도중에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텐데.

 

아무래도 뇌내 블랙박스 - "직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할 거 같다. 프로그래밍을 잘 몰라서 그런지 블랙박스가 오작동하는 순간이 많다. 직관이 아니라 찍기에 가깝지 않나 싶을 정도로. 위에서 말한 세부조정도 이 연장선이고. 또한 추상적인 표현과 구체적인 코드 사이에서도 간극을 느낀다. 요즘 보니까 내가 생각한 바를 아주 거칠게 포함하고 있어 예외 케이스를 다루지 못하는 코드를 일단 내뱉고 보는 버릇이 있던데, 굉장히 나쁜 버릇이지 싶다. 채점 프로그램이 존재할 때나 할 법한 짓거리 아닌가? 물론 생각이 멈춰 있는 것보다는 그렇게라도 타자를 치는 게 낫긴 하지만, 나아져야 한다. 단계별로 생각하니까 진척이 있었다. 한동안은 이런 방식을 취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연습문제를 풀고 싶다. 재현 가능한 환경에서 "프로그래밍의 원칙"에 대해 곱씹고 싶은 것이다. '순차적인 절차가 존재할 때, 어떤 절차는 순서에 의존적이다. 그 경우 절차는 하나의 모듈로 여겨져야 한다. 해당 절차를 수정하기 위해서는 절차의 입출력을 유지한 채로 수정하는 것이 기본이 된다' 같은 것. 아마 예쁜 이름이 있을 것 같은데 잘 모르겠고 찾아볼 생각은 없다. 하여간 그런 개념을 반추하기 위한 연습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아쉽고 안타깝지만 세상이 그렇게 돌아가진 않는다. 어떻게든 실전에서 강해질 줄 알아야겠지.

 

좀 더 체계적인 기록이 필요하다. 블로그는 아마 안 쓰지 싶다. 체계적인 것과 정제된 것은 다른데 블로그에는 정제된 글을 쓰고자 하는 게 내 마음이라서. 당장은 나만의 체계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노션에 뭔가 기록하는 건 꾸준히 하고 있지만 가치가 적은 듯하다. 이번 연휴에 다 들어엎으려는데 마음처럼 될지.

 

쓰고 보니 문장 구석구석마다 우울이 묻어나오는 것 같은데ㅋㅋ 사실 기분이 그렇게 우울하진 않다. 그냥 '하 쓰으벌 더 잘해야 하는디??'에 가깝지. 올 상반기에 대한 회고는 좀 더 유쾌하도록 노력할 생각과 실제 노력 사이의 간극을 좁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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